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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경 - 오키나와 요론섬의 추억 본문

드라마,영화감상

영화 안경 - 오키나와 요론섬의 추억

010-9934-7898 2016. 9. 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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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여행을 준비하면서 찾아본 영화. 저는 어느 곳이든 여행을 준비할 땐 그 여행지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가 있는지 검색해보고 미리 보고가는 습관이 있습니다. 같은 풍광을 보더라도 영화에서 보았던 그 감성을 함께 느껴보는 재미도 있고, 영화 속 장면과 실제를 비교하는 맛도 있고... 이리저리 재미있는 추억을 남기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영화 안경이 가장 먼저 떠올랐죠. 이미 아내는 수년 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이기는 한데, 저에게는 좀처럼 봐지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봐지지 않는다? 


직접 보시면 아십니다. 뭔가 간이 덜된 밍밍한 국을 먹는 느낌. 시종일관 지루하고 나른한 화면과 이야기들. 이 영화는 들고 있는 많은 것들을, 생각을 내려놓고 봐야 그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것을 보고난 후에야 알게되었죠.


영화 안경의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는 이 외에도 비슷한 느낌의 영화 여러 편을 찍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카모메식당과 요시노이발관. 여류 감독의 특유의 섬세한 듯 건조한 심리 묘사가 매력적인 감독이라고는 합니다만...


역시나, 카모메식당도 정말 한 편을 다 보는 데 몇 번의 틀었다 껐다의 반복. 근데 이 느낌(?) 이 바로 이 감독의 영화를 보는 재미라고 하니 그렇게 이해해야겠지요 ^^



영화 안경에서 인상깊었던 장면 중 몇 개를 골라봤습니다. ㅋ


여주인공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숙소 '하마다' 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다른 숙소로 옮기려 시도를 했지만, 옮긴 숙소도 뭔가 이상하기 짝이 없는 곳입니다. 하는 수 없이 도로 '하마다'로 향해 발길을 옮기지만, 걸어거 가기엔 너무도 멉니다...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 와중에도 커다란 트렁크는 끝내 버리지 않고 끌고 갑니다.





저멀리서 등장하는 수수께끼 같은 할머니 사쿠라. 이런 일을 예견한 듯 데리러 온 것으로 보입니다. 뭐 영화에는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은 없습니다. 그저... 몇 마디 대화와 눈빛으로 유추해야하죠... 상업영화와 다른 점은 아마도 이런 불친절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을 데리러 왔음을 알긴 알지만... 어딘지 사쿠라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끝까지 짐을 포기할 줄 모르는 여주인공.




결국은 여행가방을 포기하고 몸만 자전거에 올라탑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얼 말하려는 지 속내는 대략 알겠다만, 주위만 뱅뱅 맴돌던 제 머릿속에 망치로 한 대 쾅. 쥐어박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색' 하는 방법을 모르는 일상에 찌든 우리들에게 주는 강력한 훅이었습니다...


여행 가방에 대한 복선이었던 걸까요.. 영화 초반에 숙소로 들어가기 여주인공이 가방을 들고 옮기려 하자, 남자 주인은 본인이 들어다 주겠다며 놔두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 참이 지나도 가방은 그저 그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 있죠... 우리가 들고 있는 여러 종류의 짐들... 사실은 인생 전체를 볼 때, 대수롭지 않은 그 하찮은 짐들...



본인이 한참 뒤에야 다시 가지고 들어갑니다.






또 하나의 메타포로 빙수가 등장합니다. 사쿠라 할머니는 봄이면 요론섬으로 나타나 빙수를 팔다가 우기가 되면 다시 어딘가로 떠나는 미스테리한 분이죠. 그 분의 빙수는 물물교환으로 판매합니다. 나에게 중요한 어떤 것을 내어주고 빙수를 먹으며 사색을 즐기다 돌아가는 마을 주민들. 


그녀가 빙수를 만드는 과정은 흡사 도예촌의 장인이 도자기를 굽는 듯 신성한 작업입니다.



빙수를 싫어하던 여주인공은 몇 차례나 빙수를 거절하다가, 며칠전의 가방 사건 이후로 뭔가 깨달음을 얻은 듯 내적 변화가 찾아옵니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빙수를 그리워하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한 그릇을 비우고 가는 걸까...



뭔가 득도한 듯 한 표정의 여주인공 ^^



어떤 사람은 야채를 주고 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또 어떤 꼬마는 본인이 정성스레 접은 종이 인형을 건네기도 합니다.




이런 깨달음은 사실상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죠. 알 수 없는 그 끝과 끝이 통해야만 감정의 선을 이해할 수 있는 법. 



영화 안경에서는 미스테리한 지도보는 방법이 두 차례 소개됩니다. 한 번은 여주인공이 숙소를 옮기는 과정에서 또 다른 숙소를 찾아가는 길을 가르쳐주던 지도.


그리고 여주인공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데까지 알려주는 지도.


"왠지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80m 더 가서 오른쪽으로 가시오"


알 듯 모를 듯 알쏭달쏭한 길찾기지만 여선생님은 바로 이해합니다. 아~ 여기로구나...



지금 여러분은 왠지 불안해지는 지점에서 80m 더 가서 오른쪽으로 우회전하고 있는 차를 보고 계십니다. ㅋㅋ




우리 여주인공이 빙수 값으로 선물한 물건은 뭐였을까요?





바로바로~ 빨간 목도리랍니다. 1년 내내 따뜻한 기온인 요론섬에서 뭐 필요 있겠나 싶지만... 사쿠라 할머니는 어김없이 다음해에 또 다시 요론섬으로 빙수를 팔러 오셨고, 작년에 선물받은 빨간 목도리를 메고 나타나십니다.




여행을 통해 얻는 소중한 경험... 그것은 무엇보다도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무언가를 내려놓고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영화 안경의 제목인 안경에 대한 얘기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모두 안경을 끼고 있다는 점. 영화 마지막에 안경을 흘리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주인공... 아마도 여행가방이나 안경은 모두 그런 존재들이 아닐까... 라고 짐작만 합니다~




지루함 속에서 큰 의미를 얻어가는 이상한 영화 안경.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혹은 조용히 사색에 잠기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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